호치민에서의 첫날
나는 요즘 외국에 나오기 전날 꼭 밤을 새운다.
예전처럼 여행에 대한 설렘이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더 재밌게 놀기 위해서. 친구를 밤새 만나 술을 마셨고, 다른 웹진에 원고 써주기로 한 걸 써줬고, 한시간만에 짐을 대강 꾸려서 두시간을 잔 후 비행기를 탔다.
따라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쏟아질 밖에.
하지만, 그냥 뒹굴거릴수만은 없는 노릇이어서, 일단 밖을 나섰다.
(호텔의 한 남자직원만이 나에게 친절했다. 베트남 여자들도 약간 중국여자같은 무뚝뚝함이 있는 듯. 게다가 한국 여자들은 워낙 이 곳에서 인기가 있는 피부를 가진지라, 그나마 남자직원이 친절한 것도 다행이다.)
한국에서 사온 가이드 북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이었지만, 내 반골기질 때문에 이게 처음부터 쉽지가 않았다.
호객행위를 하면 더 가기 싫어지는 것처럼, 내 앞에서 손을 흔들어대는 오토바이 택시와 엉뚱한 미터기를 달아놓아 애초부터 외국인 가격이 다른 택시를 타기가 싫다는 이유하나로 나는 하루 진종일 걸었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한마디로 호치민의 카오산로드로서, 백패커들이 집결하는 동네였다. 덕분에 문밖을 나서면 태닝 제대로한 젊은 유럽 청년들과 예쁜 유럽 언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워낙 커플들이 많은데다 몸매 빵빵한 유럽언니들이 많은지라 길거리에서 잘생긴 유럽청년에게 픽업되지 않을까 나름 상상해왔던 나로서는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뭐ㅡ여하튼, 나의 호텔은 리버티 3, 그 동네에서 나름대로 꽤 괜찮은 시설을 갖춘 별세개 정도의 호텔이었는데, 하루 가격은 미화 40달러 정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동네에는 워낙 싼 호텔들이 많았는데, 겉으로 좀 작아보여도 내부에 있을건 다 있으면서 20달러면 두 사람이 충분히 편한히 잘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호텔에는 백패커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보다 많았을 듯.... 나는 조금 늙은 관계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서비스되는 호텔 추구.. 덕분에 픽업되는 사례는 없었다.
문을 나서자마자 그 근처에 주욱 깔려있는 작은 여행사 하나를 찾았다.
독일 친구가 나에게 메콩강 투어를 꼭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달랑 9달러면 점심 포함 하루종일 투어를 할 수 있다는데, 뭘 망설이겠나. 당장 내일로 예약을 했고 아침 8시까지 호텔 앞에 서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나는 바 안으로 들어가 블랙 커피를 한 잔 시켰다. 달랑 한시간의 심한 폭우였다. 아, 나는 왜 블랙 커피를 보고 아메리카노를 상상했을까. 어쩐지, 아까 웨이터가 정말 블랙커피를 마실거냐고 묻더니만. 엄청 달고 엄청 쓴 그맛. 잠을 번쩍 깨게 할 그 맛.
-베트남에서 최초로 먹은 것. 그것은 바로 베트남의 블랙커피...
비가 뚝하니 그치고. 나는 가이드북을 따라서 한없이 길을 걸었다. 걷다보니 유명한 시장도 나오고(지상층에 있는 동대문 시장과 꼭 같은 느낌), 큰 공원에서는 무슨 기념 공연을 하고 있었고, 인민위원회 청사도 나왔고... 결국 나는 그 근처의 쇼핑몰을(당연하게도) 들렀다.
시민들은 나의 짧은 반바지와 슬리브리스 티셔츠를 쳐다봤다. 참. 이상한게, 왜 똑같이 옷을 입어도 유럽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지나치면서-심지어 심한 노출을 한다고 해도- 왜 동양여자들은 그러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건가!!!!!! 여튼.... 그들보다 피부톤이 한 톤 정도 하얀 나는, 게다가 혼자 카메라를 목에 걸고 지나가는 나는, 곤니찌와부터 니하오까지 다양한 언어를 시민들로부터 들어줘야했고, 뭐,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다는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ㅎㅎ
-인민위원회청사 앞에는 호치민 동상.
베트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스쿠터들. 스쿠터를 타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길을 건널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지만,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있지 않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 스쿠터를 탈 줄만 안다면 쉽게 여행을 다녔을 거라는 후회가....
-손흔드는 저 오빠를 확인하시라.
-밤 굽는 청년
-도마뱀...............이 곳곳에